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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의 가구이야기/책과 도면 그리고 테크닉

가구는 인간과의 대화 -‘로젠 소머슨’ㆍ‘류수현’ㆍ‘김성수’-

by 백주현[미르] 2007. 10. 15.

가구는 인간과의 대화


6월 우연히 만난 미국 하드우드 스투디오 퍼니처 아티스트

‘로젠 소머슨’ㆍ‘류수현’ㆍ‘김성수’


공방가구 또는 아트 퍼니처로 불리는 스투디오 퍼니처에 대해 특별한 이벤트가 없는 한국의 6월, 공교롭게 우리는 3명의 스투디오 퍼니처 디자이너를 만나게 된다. 미국 로젠 소머슨 교수는 6월7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AHEC의 12번째 동남아시아 및 중국 컨벤션에서 ‘퍼니처 디자인’에 대해 발표했다. 협성대 가구디자인학과 류수현 교수는 6월14일까지 15일간 세 번째 개인전을 갤러리K에서 가졌다. 또 6월19일 한국조형예술원 강남교육원에서는 본원 김성수 교수가 ‘사람과 나무사이전’을 개최했다.
이들은 서로 단한 번 마주쳤거나 이미 가구계의 유명인사가 돼 소속과 이름 정도만 아는 사이다. 또한 어느 한쪽에서는 전혀 모르는 관계이기도 하다. 그러함에도 매우 기이한 힘에 의해 이들은 하나로 묶여진다. 그들은 오롯이 사람을 위한 가구와 대화하는 법을 알고 있다. 그리고 미국산 하드우드는 이를 위한 소재로써 매우 가치 있게 사용되고 있다.

< 위 사진 설명 >-류수현 세 번째 개인전은 가구의 전통적 기능성이 상당히 강조됐다. 그러나 갤러리를 벗어난 생활공간에 놓여지더라도 작품으로서의 예술성 또한 충만하다.

사람들에게 긍정의 힘을 주는 가구, 로젠 소머슨


세계적으로도 내로라하는 미국의 디자인 명문대학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스쿨의 가구 디자인과 학장 겸 공업디자인 미술학사인 로젠 소머슨 교수. 사람으로 치면 그는 가구에 ‘성품’을 넣는다. 로젠 교수는 “이집트 무덤에서 나온 물건들을 통해 우리가 많은 것을 배우는 것처럼 ‘가구는 문화의 한 파편’”이라며 “궁극적으로 내가 만든 가구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이 끼치길 바란다”고 디자인 철학을 밝힌다.


로젠 교수의 디자인 원천은 가구가 아니다. 그는 “디자인 영감을 찾을 때 나는 창밖의 자연경관 그리고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의 구조까지 주시하는 것을 즐긴다”고 발상의 전환을 환기한다. 어차피 가구는 사람이 쓰는 것이고 답은 그 안에 숨어 있기 때문이리라.
따라서 로젠의 작품들은 매우 인간적이다. 그러면서도 한 점 한 점마다 조각적이고 유미적이며 클라이언트의 요구와 취향, 그녀만의 예술성과 독창성을 모두 녹여내 하이 퀄러티 레벨을 유지한다. 루브르·스미스소니언·보스톤 박물관 등 메이저 박물관에 전시된 그의 작품들이 이를 잘 말해준다.


로젠 교수는 MDF나 비닐 엣지 대신 대나무 플라이우드, 솔리드 우드, 무독성의 판재와 같이 지속할 수 있고 환경적으로 안전한 자원에서 재료를 찾는다. 이런 그에게 아메리카 하드우드는 어떤 재료와도 대체될 수 없는 중요한 소재다.

-영화 ‘뿌리’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주인공이 산 정상에서 자신의 아이를 한 손으로 높이 쳐들고 있는 모습을 나타냈다고.

기능ㆍ미ㆍ나무ㆍ쇠의 실질합리성, 류수현


“누군가의 안락한 생활공간에 놓여지더라도 갤러리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것처럼 작품으로서의 아름다움이 지속되고, 또 사용에 있어서도 가구 본연의 기능에 위배되지 않는 가구가 가구의 완성이라는 생각이다”며 “이번 세 번째 작품전에 출시된 가구는 5년 여 세월에 걸쳐 제작된 것들로 이중에서도 아끼는 작품들만 선별했다”고 말하는 류수현 작가에게서는 농익은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서울대 및 동 대학원에서 금속공예디자인을 전공하고 미국 로체스터공과대학 가구디자인을 전공한 남다른 이력을 가진 류수현 작가의 작품은 이미 가구 디자인을 위한 가구에서 자유롭다. 사실 좋은 가구란 미와 기능이 조화돼 눈이 즐겁고 몸이 편안한 가구면 된다. 허나 이것은 가구 디자인의 완결이라고 할 만큼 고난위의 작업이다. 이것을 ‘기능과 미의 간극’이라고 명명한 서울대 정영목 교수는 평문을 통해 “이번 작품들은 가구의 전통적인 기능에 충실하면서 나름대로 미적 악센트로 변형을 유도했다.

그가 손수 제작한 금속들(나사, 봉, 손잡이)은 기능과 조형성뿐만 아니라 완벽한 끝마무리를 위한 장식으로 제 역할을 충분히 해낸다”며 “이것이 류수현의 장점이자 앞으로의 작품에 적극적으로 확대, 반영될 사항”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흔들의자는 이번 주제를 가장 잘 대변하는 작품이다. 쉐이커교도의 심플함에 기능성을 보충했는데, 적은 재료로도 최상의 편안함을 제공하고자 등받이의 각도, 팔걸이 높이 등 가구의 구조를 다각도에서 연구했다.

-쉐이커교도의 심플함에 기능성을 보충했다. 적은 재료로도 최상의 편안함을 제공하고자 노력했다.

가구는 가슴과 머리로 그리는 것, 김성수



종종 그를 보면 이상(理想) 속의 탐험가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 전통의 현재적(現在的) 재해석’이라는 대 주제 하에, 가구의 진정성 구현을 위한 실제 생활 속에서의 전시(대구전, 대구 수성구 범어동 궁전아파트 1동 1003호), 한정 작품의 실물전시에 영상 및 브로슈어를 더한 도심 갤리러전(서울전, 강남구 도곡동 공간&갤러리 가람스페이스), 인터넷사이버전(Cyber전, www.kiad.or.kr/gallery), 미국지상전(미국지상전, Columbia University)으로 펼쳐진 제2회 ‘사람과 나무 사이전’. 게다가 19일 축하공연에서는 판소리와 전통춤이 곁들여져 가구를 문화라는 더 넓은 범위에서 끌어안았다. 시공간을 초월하고 장르를 융합하는 이 독창적인 전시방식은 음유시인적인 김성수 작가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는 모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자고로 가구는 쓰기 편해야 하는 것으로 쓰이지 않는 가구는 낭비”라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의 ‘가구의 진정성론’은 굵직한 선을 긋는다. 대구 수성구의 전시가 적절한 예시가 되는데, 설계 시에서부터 설치 및 부조회화, 가구조형이 동시에 진행됐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실질적인 사용을 위해 조성된 것들이며 현재도 사용 중에 있다. 김성수 작가는 “가구의 진정성은 명료한 쓰임새에 조형적 아름다움이 더해져 완성되는 것이라 믿는다. 이번 작품전은 가구의 본성인 ‘얹다 담다를 보다’와 ‘가구는 손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슴과 머리로 그리는 것’이라는 명제를 실현하고자 노력했다”고 작품의도를 밝혔다.

-전통을 현재적으로 재해석해 모던 내추럴 컨셉이라면
어느 곳이나 무난히 조화되는 벤치.


장영남 기자 chang@wood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