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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의 가구이야기/책과 도면 그리고 테크닉

STYLE 스칸디나비안 가구 Scandinavian Furniture

by 백주현[미르] 2008. 3. 16.

STYLE 스칸디나비안 가구 Scandinavian Furniture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의 디자인 정서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이 새로운 리빙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실용적이면서도 질리지 않는 디자인의 스칸디나비안 가구들은 간결하면서도 아름답고 유기적인 선, 기능과 신체적 특성을 최대한 고려한 완벽한 구조와 철저한 장인정신으로 생산되고 있다. 단순한 절제미에 우아한 곡선미를 적용한 디자인으로 편안함과 아름다움을 살린 인테리어를 연출할 수 있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사회적 배경과 발전

흔히 모든 국가들은 그들의 역사에 기반을 두고 문화 본질을 형성하는데 기여한, 각기 다른 기술과 성향을 지니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음식이 프랑스 문화의 결정적인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맛있는 음식의 가치를 알고, 맛있고 맛없고의 구분을 지을 줄 아는 미각을 갖는다는 것이 모든 프랑스인들이 중요시하는 교육의 한 부분이고, 그들 인생의 질을 따짐에 있어서 또한 져버릴 수 없는 요소다.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에게 디자인은 프랑스인들에게 있어서의 음식처럼 뗄래야 뗄 수 없는 생활의 한 부분이다. 우리를 둘러싼 물건들은 그것의 기능성 때문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예를 들면 앉을 자리를 제공하거나 또는 물건들을 저장하는, 그것들을 소유함으로써 우리가 남들보다 얼마나 더 잘살고 더 많은 것을 갖고 있나 보여주기 위함은 더더욱 아니다. 물건들은 우리에게 더 나은 양질의 삶을 가져다주기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고, 물론 그것의 가장 큰 역할은 완벽하게 짜 맞춰진 기능이겠지만, 그것의 신중한 설계와 좋은 원자재 사용,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것의 우아한 디자인은 그것의 역할을 다양화한다.

1946년 핀란드 인테리어부의 한 파트였던 복지부에서는 아라비아에 있는 도예상에게 가장 기본적인 기능성을 포함하며 동시에 미적인 요소도 충족시키는 식기류를 디자인해줄 것을 요청했다. 세계 어느 나라가 국민의 미적 감각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이렇게 애쓰겠는가? 이것은 미학을 중요시하는 스칸디나비아의 한 국가가 아닌 이상 불가능하다.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그리고 스웨덴 사람들에게 집은 그들의 생활에 있어 가장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집은 그들에게 있어서 자고 먹는 곳으로서의 장소일 뿐만이 아니라 휴식시간을 보내고, 친구들을 초대하여 식사를 하며, 사회로부터 보호하는 그림에 있어 액자와 같은 역할을 한다. 집과 집안 가구들은 모든 이에게 있어서 관심사였다. 또한 각각의 사물들은 어마어마한 인기를 얻을 수 있었고 그 물건의 디자이너들은 다른 지역의 스포츠 챔피언들에게나 가능할법한 유명세를 탔다.

스칸디나비아의 ‘황금기’로 알려진 세계 2차 대전을 뒤이은 첫 4반세기 동안, 영국, 프랑스, 그리고 스페인을 함께 모아 놓은 최북단 유럽 4개 국가,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그리고 스웨덴은 디자인 철학을 발전시켰고 당시 다른 어느 나라보다 많은 디자인 아이콘을 배출시켰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형성되었던 시기는 1954년 ‘Design in Scandinavian’ 이라는 가제로 열린 전시에서 부터다. 이 전시는 3년에 걸쳐 23개에 걸친 미국과 캐나다의 미술관에서 개최됐다.

이후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그리고 스웨덴은 그들이 각기 다른 본질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미학을 추구한다는 이유로,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이라는 표현으로 함께 구분되고 있다.

각 나라의 특성을 살펴보면, 덴마크는 다른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 비하여 영국과 서유럽에 더 근접해 있고 그로 인하여 영국의 ‘arts and crafts’ 운동과 과거 수세기 동안 이어져온 유럽 전통문화, 특히나 18세기 고급 가구제작자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러므로 그들은 스칸디나비아 4개 국가 중 가장 정교한 기술로 다양하고 창조적인 디자인을 선보였다.

덴마크는 가장 청교도적이지 않은 스칸디나비안 국가로 스칸디나비아의 이탈리아로 불려지고 있다. 또한 덴마크 디자인에서는 코펜하겐 항구를 통한 다른 나라들의 영향 아래 이국적인 감각이 묻어난다. 대부분의 가구는 로즈우드로 제작되어졌으며 이집트, 아프리카, 또는 중국으로부터 영감 받은 가구 형태를 나타낸다.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거의 대부분의 가구들이 덴마크에서 만들어졌고 덴마크 가구 업계는 현재에도 가장 훌륭하다.

스웨덴은 동유럽과 독일에 근접해 있고, 그로 인하여 거친 기능성에 중점을 둔 바우하우스 운동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국가 디자인 정책으로는 아름다움보다는 사회적 평등을 중시했다. 따라서 스웨덴 디자인은 일반적으로 결점이 없고, 평범하며 그것이 만들어진 나라와 같이 중성적인 느낌이 강하다.

핀란드는 여느 국가와는 다소 다른 경우로 정치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동쪽과 서쪽 사이에서 자아를 찾아 그들의 주체성과 국가적 위상을 개선시켜줄 성공적인 디자인 정책을 통해 나타내고자 했다. 그들은 마치 과거의 빈곤과 현존하는 어려운 상황들을 대처해 나가듯이 대담하고, 젊으며, 웅장한 디자인을 만들어냈다. 핀란드는 자연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국가이고 그 관계가 거의 신비적이라고까지 볼 수 있다.

지리학적으로 멀리 위치해 있고 또한 사람들이 드문드문 흩어져 사는 노르웨이는 디자인적인 면에 있어서 가구 디자이너 Hans Brattrud의 작품을 제외하고는 다른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 견주어 다소 떨어진다.

이처럼 각기 다른 특성에도 불구하고,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그리고 스웨덴은 디자인에 있어서 같은 이데올로기와 미학을 추구한다.

또한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황금기였던 20세기 초반 스칸디나비아가 서유럽 국가들 중에 산업 혁명이 제일 늦게 일어난 가장 못사는 유럽 지역 중 하나로, 그들은 자원의 활용이 적극적이었으며 검소하였고 장식적인 면을 배제하고 실용적인 면에 중점을 두어 제작한 공통점이 특징이다.


유명한 디자이너들

스칸디나비안의 디자인을 대표하는 프리츠 한센과 루이스 폴슨을 한국에 소개하였던 a·hus의 박소현 팀장은 “스칸디나비아의 디자인에 있어 제일 중요하게 영향을 끼친 건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대표적인 디자이너들을 살펴보면 안 야콥슨 (Arne Jacobsen 1902~1971)은 덴마크의 대표적인 건축가로서 처음으로 모던 디자인을 덴마크에 선보였다. 그의 작품 Seven chair, Ant chair, Swan sofa는 유기적인 상징들을 형상화했다.

그는 건축가이자 디자이너로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1950년대 말에는 코펜하겐에 있는 로열 호텔을 설계하였으며, 호텔 프로젝트를 위한 가구로 현재까지도 사랑받는 Egg, Swan, Series 3300을 디자인했다.

폴 키에르홀름 (Poul Kjaerholm 1929~1980)은 원래 목수일을 배우다 덴마크 예술공예 학교에서 수업했다. 그는 목재 외에도 다른 재료에도 관심을 보였는데 특히 철제를 다른 천연재료와 마찬가지로 예술적 순수함이 있는 것으로 인식했다.

또 다른 디자이너인 비코 마지스트레티 (Vico Magistretti 1920)는 전 세계의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회사들과 작업을 같이 하였으며 다양한 상을 수상한 그의 작품들은 세계의 많은 디자인 박물관에 전시되어 사랑 받고 있으며 영국 왕립 예술 학교의 명예 객원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1960년대 초반부터 디자인된 그의 작품들 중 약 80%가량이 아직도 제작, 생산되고 있으며 그의 문화적, 역사적 가치와 함께 전통에 대한 존경을 나타내는 안정되고 자연스러운 형태들은 그의 쉽고 우아한 디자인들을 통하여 단순함과 절제미를 보여주고 있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생활화

인엔 디자인 웍스의 장금선 디자이너는 그들의 디자인을 ‘민주적이고 대중적인 디자인’이라고 소개하며 “이 말은 그들에게 있어서 디자인이란 정말 생활되어있다는 말과 같다는 뜻이다”라고 덧붙였다. 관공서나 학교에서 흔히 쓰여지는 가구를 보아도 유명 디자이너의 작품인 것을 확인할 수 있듯이 그들은 사회적으로나 국가적인 차원에서 디자인에 대한 후원은 끝이 없을 정도다.

박소현 팀장은 “사회적인 사고의 차이가 크다고 생각한다. 어떤 손님들은 의자 하나의 가격을 물어 보고는 놀라곤 하지만 그분들이 들고 다니는 명품백 가격보다는 훨씬 저렴하다” 고 말한다. 이처럼 북유럽 국가의 경우는 자신의 생활에서 꼭 필요한 가구나 생활에 쓰여지는 제품에 많은 투자를 하고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박 팀장은 이러한 사고의 차이가 디자인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인식의 차이는 꼭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빙산업이 발전한 선진국의 경우는 생활에 필요한 가구와 인테리어 제품을 최고의 가치를 부여하여 마치 명품백을 물려받듯 가구와 리빙 제품을 물려받는다고 한다. 이처럼 반세기를 거쳐 이루어지는 습관은 가구 발전에 있어 큰 영향을 나타냈다.

우리나라의 가구의 경우는 대부분 세트 형식으로 공간에 맞춰진 정형적인 가구로 제작되는데 반해 그들은 개인 생활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춰진 가구를 생산하고 소비자들도 그들의 취향과 공간에 따라 가구를 구입한다. 따라서 다른 가구와의 조화를 위하여 불필요한 가구보다는 실용적이고, 모던한 스타일의 가구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소득수준이나 시장규모의 차이, 제품을 공유할 인구가 다른 나라에 비하여 부족하여 이러한 인식의 차이는 많이 더딜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점차적으로 생활이 변화되고 필요성이 더해짐에 따라 우리나라의 가구 소비문화도 변화될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디자인 트렌드

장금선 디자이너는 그들의 트렌드는 “트렌드를 쫓지 않는 것이 트렌드”라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1950년대 안 야콥슨이 제작된 옥스퍼드 체어의 경우 처음에는 나무로 제작되어진 이 의자가 시간이 지나면서 패브릭 소재를 적용하게 되고 스툴이 디자인되고 좀더 슬림한 디자인으로 변화된 것처럼 파격적인 디자인의 변화를 보이지는 않지만 시대의 변화와 기술의 개발에 따른 소재나 디자인의 발전을 가져오고 있다.

덴마크의 가구회사 프리츠 한센의 경우는 디자인의 개발단계를 세 가지로 분류하며 첫 번째,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새로운 제품을 창출하고 두 번째는 레노베이션을 통한 과거 디자인의 재해석, 세 번째로 미래지향적인 컨셉 퍼니처로 이 세 단계를 거쳐 소비자와 시장의 반응을 확인한 후 대량생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레노베이션을 손꼽을 수 있는데 스틸, 글라스, 위커, 우드, 원단 등을 그들 나름대로 재해석을 통하여 디자인에 적용하여 변화를 주거나 다양한 색감을 사용하여 디자인 한다. a·hus 박 팀장은 “디자인의 변형은 크게 없으나 컬러와 소재의 변화로 새로운 감각을 연출”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그들은 매해마다 새롭게 바뀌는 디자인이 아닌 기존의 것을 재해석하고 재발견하고 선보이고 있다.

스칸디나비안 가구를 국내에 소개하고 있는 a·hus와 인엔 디자인의 관계자들은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다이닝과 리빙의 개념이 점차 허물어지면서 소비자들은 음식을 즐기고 대화를 나누며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졌다”며 “이에 소비자들은 무난하면서도 싫증이 나지 않는 디자인으로 오랜 세월 이용이 가능하고 어떤 공간에 놓여져도 조화를 이루는 스칸디나비안 가구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들 업체는 국내 소비자들의 인지도를 확보하기 위하여 ‘shop in shop’처럼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이며 건축가들을 상대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제시하여 스칸디나비안 가구를 제안할 것이라고 한다. 관계자들은 무엇보다도 국내 소비자들이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진 가구를 고를 수 있는 안목을 넓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자원을 소중히 생각하고 생활에 사용되는 작은 것들도 아끼고 존중하는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본받아야 할 것임이 분명하다. 그들의 작은 생각의 차이가 반세기를 거친 검증을 통하여 인정받는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도 디자인에 대한 생활화를 적극적으로 시행하여 오랜 세월 동안 사랑받는 디자인을 개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 정현혜 기자

출처 : 가구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