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테크 디자인은 과학기술을 이용하거나 그 부산물인 산업재료와 가공 기계를 차용한 디자인 스타일을 말하며 공업기술력에 의존도가 높은 디자인을 총칭한다. 하이테크 디자인은 하이테크 미술과 테크놀로지 아트의 영향이 절대적이었고 하이테크 미술과 테크놀로지 아트의 배경에는 러시아의 구성주의와 이탈리아의 미래주의 같은 도전적이고 실험적이며 전위적인 예술이 자리하고 있다. 구성주의의 접근 방식은 두 가지의 현대적인 디자인 양식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는데 하나는 신조형주의와 함께 기하적인 모더니즘과 미니멀리즘을 탄생시켰고 다른 하나는 '미래주의'와 함께 키네틱 아트와 테크놀로지 아트에 원동력이 된 것이다.
테크놀로지 아트는 키네틱 아트가 1970년 상황에 맞게 변한 것으로 키네틱 아트와는 명확한 구분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기술과 예술의 결합을 표현하려는 키네틱 아트가 1970년대 초 석유파동과 환경보호운동의 여파로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한 미술운동이다. 키네틱 아트가 기술적으로 복잡한 것을 추구했으나 테크놀로지 아트는 단순하고 안정된 것을 추구했으며 대중과의 이해를 좁히려는 노력을 보여주었다. 키네틱 아트는 움직임을 중시하거나 그것을 주요소로 하는 예술작품을 말한다.
사진9; Seconda chair, M.보타 1982/ 사진10; 철제선반,DDL 스튜디오 1991
시각적인 변화를 나타내는 옵아트와는 달리 키네틱 아트는 작품 자체가 움직이거나 움직이는 부분을 조립한다. 작품은 대부분 조각과 같은 형태를 취하고 있다. 키네틱 아트는 다다이즘과 구성주의에서 파생된 것으로 최초의 작픔은 '마르셀 뒤샹'이 자전거 바퀴로 만든 '모빌'(1913년)이라는 조각을 들 수 있다. 1922년에는 '나움 가보'가 키네틱 조각이라는 작품을 발표했고 그후 '모홀리 나기'는 이 움직이는 조각을 키네틱 아트라고 명명했다. '모홀리 나기'의 '키테틱' 작품 '광선-공간 조정기'는 천공된 금속판, 철사줄, 유리, 나무 등으로 된 구조체가 모터에 의해 움직이며 빛을 내고 있다.
테크놀로지 아트와 키네틱 아트가 조각과 같은 입체적인 분야에 주력했다면 하이테크 미술은 대부분 공간적이거나 평면적인 작업에 일관했다. 하이테크 미술은 컴퓨터, 레이저, 홀로그램, 위성중계, 복사기, 팩스와 스캐너와 같은 첨단 기술장비를 동원한 현대 미술을 말하며 단순히 하드웨어적으로만 접근한 것이 아니고 화가가 재료와 주제를 선택하듯이 하이테크 미술가는 전달하려는 메시지에 적합한 과학기술을 선택하는 것이다. 초기의 하이테크 미술은 모더니즘에 대해 낙관적인 태도를 취했으나 1970년대 이후부터는 긍정적이면서도 동시에 부정적인 이중적인 입장으로 일관하였다.
..page top사진11; Quinta chair,M.보타 1985
테크놀로지 아트와 하이테크 미술이 주력한 두 가지 영역은 디자인 분야에서도 뚜렷한 경계를 보였다. 테크놀로지 아트는 건축과 산업디자인 영역으로 확산되었고 하이테크 미술은 컴퓨터를 매개로 하여 그래픽과 인테리어 영역으로 접근되었다. 테크놀로지 아트와 하이테크 미술의 영향을 받은 산업디자인은 하이테크 디자인으로 분류하는데 주로 각종 산업용 재료와 산업 기계의 부품을 소재로 건축과 가구를 제작하고 인테리어 공간은 컴퓨터 그래픽 패턴으로 채워졌다.
하이테크 디자인은 촉각적인 만족과 기능적인 쾌적함보다는 시각적 이미지를 중시한다. 그러므로 하이테크 디자인은 첨단 기술과 소재를 이용한 디자인이라기보다는 첨단 기술분야의 이미지를 빌린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첨단 우주항공산업의 이미지들 즉, 우주로켓의 추진장치와 파라보라 안테나, 강화유리로 된 수족관과 철골이 드러난 대형건물의 형태를 그대로 차용한다. 하이테크 디자인의 대표적인 건축물은 '리차드 로저스'와 '렌쪼 피아노'가 설계한 프랑스 '퐁피두 문화 센타'<사진5>와 '노만 포스터'가 설계한 건축물 '홍콩-상하이 은행'<사진7>이다. 프랑스 파리 소재의 '퐁피두 문화센타'는 비계와 같은 철선과 공기덕트 처럼 생긴 연결 통로로 마치 거대한 정유공장을 연상케하고 홍콩 만에서 바라보는 홍콩-상하이 은행은 철골구조를 노출시켜 우주정거장을 보는 듯하다.
사진12; System 탁자-노모스, 노만 포스터 1988
이런 하이테크 디자인은 가구와 조명기구 등 인테리어 분야로 빠르게 파급되었다. 가정의 샹들리에 대신 수술실의 대형조명이 매달리고 식탁용 팬던트(Pendent)조명은 공장의 노출 조명기구가 대신했다. 대형 건축물의 실내는 천장을 노출하여 어지러울 정도로 짜여진 공기 덕트와 배관 구조를 그대로 보여주고 창고용 철제 선반 같은 책꽂이, 인공위성의 태양전지와 우주선의 지지대와 같은 가구들이 나타나게 되었다. 정방형의 판재로 답답하게 보이는 가구보다 천공된 판재를 사용하거나 가는 금속 줄로 구조되거나 판재와 혼합된 가구가 시각적으로 쾌적하게 느껴진다.
'마리오 보타'의 금속의자 '퀸타'<사진11>와 '노만 포스트'의 시스템 탁자 '노모스'<사진12>는 금속 재료의 특성을 살리고 그들이 설계한 하이테크 적인 건축물과 일체감을 이룬다. 선반, 수납장과 같이 인체와 직접적인 접촉이 없는 가구는 인테리어 공간에 활력과 신선함을 주는 조형요소로서 철제로 디자인할 수도 있다. 'DDL 스튜디오'가 디자인한 철제선반<사진10>과 'A. 시테리오'의 웨건 'Oxo'은 거실과 주방의 분위기를 바꾸기에 충분하다.
사진1; Wassily chair, M.브로이어 1925
사진2; How High the Moon,
S.구라마타 1987
사진3; Toledo chair,J.펜시 1988
사진4; 제3인터내셔널탑,v.타틀린 1919
사진5; 퐁피두 센타,R.피아노 외1 1977
사진6; 홍콩-상하이은행 내부, 노만 포스터 1986
사진7; 홍콩-상하이은행, 노만 포스터 1986
사진8; 컨템퍼러리 미술관, R.피아노 1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