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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의 가구이야기/책과 도면 그리고 테크닉

가구쟁이가 하고 싶은 말들

by 백주현[미르] 2007. 5. 27.
‘작은 가구쟁이’가 하고 싶은 얘기들


김태환 [인천인력개발원 가구디자인과 2학년]

요즘 교외를 벗어나 보면 가로수와 전봇대 사이사이에 현수막들로 가구관련 문구가 즐비하다. 그 현수막들의 공통된 사항은 가구를 저렴한 가격으로 소개하여, 소비자에게 파는 광고 문구들이다.
이들 가구는 스타일보다는 실용성에 더 중점을 둔 소비자들에 의해 형성된다. 또한 길가의 가구매장들은 여러 수입된 제품으로 채워가며 이미지 관리를 하고 있다.
필자는 가구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의 입장에서 국내 가구시장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제시하고, 이미 새로운 아이템을 구상해야 할 만큼 포화상태에 놓인 가구시장을 점검하여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현재 가구업계에 많은 디자인관련 전공 학생들이 디자인 개발에 관한 꿈으로 전공을 선택 하였지만, 결국 수입가구의 세일즈맨으로 사회생활을 한다.
졸업 후 가구회사 개발팀에 입사해도 이태리, 프랑스, 독일, 미국과 제품이 유사한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단순작업자로 전락한다. 그리고 업체간의 과다한 경쟁으로 저가의 가구 제품을 생산하고, 디자인 개발 또한 이루어지지 않는다.
부연하자면, 국내 가구디자인의 정체성 부족, Copy(모방), 디자인의 차별화 미흡, 중소기업체의 과다한 경쟁(Red Ocean), 저가의 가구생산, 영세한 가구업계, 엉성한 유통경로로 인한 요인들이 국내 가구시장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국내 가구 디자인의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몇 년 전부터 젠(Zen) 스타일과 미니멀리즘(Minimalism)이 선보인 이래로, 절제된 선과 단조로운 모습이 국내 가구시장을 대표하는 디자인인 것처럼 현재까지 주를 이루고 있다. 도대체 누구의, 어느 업체의 디자인이란 말인가?
세계에서 인정받는 우리 고유의 디자인으로 개발하여 실험적이고, 아직 시장에 선보이는 것이 모험이 될 수 있지만 전통적인 디자인을 현대적, 미래적 감각으로 재해석하고, 동양적인 디자인을 세계에 내 보일 수 있는 디자인이라면 성공적이지 않을까?

둘째, 회사 고유의 특화제품이 있어야 한다.
필자는 이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보는데, 국내외적으로 디자인을 모방하여 특색이 없고, 편향된 디자인으로 어디서 본 듯한 획일적인 디자인이 국내 가구시장에서 만연되고 있어 안타깝다.
Red Ocean이 아닌 Blue Ocean 시장에 눈을 돌려야 한다. 레드오션이란 이미 경쟁자가 있을만큼 있어 같은 목표와 같은 고객을 가지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장을 의미한다.
반면, 블루오션은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새롭게 창출할 수 있고, 새로운 선도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초기 비경쟁적 시장이다. 우리 가구인들도 회사 고유의 특화제품으로 새로운 아이템을 끌어내 개척되지 않은 틈새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셋째, 시장성을 올바르게 읽고,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엉성하고, 복잡한 가구제품의 유통경로를 인터넷을 통해 간단하고 체계적으로 전환하는 것은 어떨까? 그렇게 함으로써 과다한 유통비용을 디자인의 개발에 더 많이 효울적으로 투입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시장인 인터넷 가상공간이나 집안의 유비쿼터스(Ubiquitous) 시스템으로 전자상거래를 주도하는 상상... 가끔 영화에서나 나오는 이야기이지만, 벽걸이형 와이드 TV에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눌러서 집에서 일하거나 TV 드라마를 볼 때, 자신의 마음에 드는 가구와 소품이 있다면 손으로 화면을 눌러서 원하는 가구를 구매할 수 있다. 이것이 홈네트워킹 유비쿼터스 시스템이다. 이렇게 가구시장의 미래를 예측해 본다.
인터넷 가상공간의 사업을 추진해도 당장 이익을 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기존 시장 질서를 주도하는 소비계층의 구매패턴이 변하고, 인터넷을 이용하여 제품구입이 일반화될 때, 유비쿼터스 시스템 같은 홈네트워킹 시스템이 가능할 때 높은 부가 가치가 창출될 것이다.
혹, 이같은 일이 머나 먼 미래라고 생각할 수 도 있지만, 수년 안에 현실화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다가서게 될 것이다. 지금부터 서서히 준비해야 한다. 이것을 준비하려면 생산라인을 갖추고 인터넷 사업에 참여해야 한다.
모든 정보가 공개되는 가운데 인터넷을 통해여 상품이 유통된다면 어떤 업체가 살아남을 것 인가? 단순한 유통업체는 인터넷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생산라인을 갖춘 가구회사는 살아남을 것이다.
인터넷은 열린 공간이다. 일방향이 아닌 쌍방향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단순히 찾아주는 입장이 아닌 직접 디자인하고, 생산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가구회사는 최적의 생산설비로써 최고의 품질과 최고의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 PC게임시장의 운영 방식처럼 유저(소비자)의 입장을 적극 수용하여 제품에 반영하고,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가능하다. 왜냐하면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인터넷 공간의 이러한 장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 앞으로 나아갈 방향
획일적인 주거문화를 선도하는 우리나라의 특판시장, 이미 새로운 아이템을 구상해야 할만큼 포화상태에 놓인 시판시장의 현실을 놓고 볼 때, 더 이상 가격 경쟁에서 어떠한 발전적인 것을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지난 2월에 개최된 ‘2006년 경향하우징페어’의 웰빙 가구전에 참가하여 소비자와 대화하고 면밀히 관찰한 결과를 토대로, 미력하나마 국내 가구 디자인 시장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몇 가지 제시해 본다.

첫째, 이제는 소비자가 제품을 보는 시각과 인식이 높아졌다.
소비자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좋은 것과 해로운 것을 구분하는 지식의 총량을 증가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TV 와 신문, 잡지 등에서 정보를 얻는다. 그리고 실용성보다는 디자인을 중요시하는 젊은 구매자층이 늘어남에 따라 소비자가 원하는 디자인을 적극 반영하여, 보다 차별화된 가구를 생산해야 한다.
그렇다면 소비자가 원하는 디자인을 파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은 실험적인 마케팅이 필요하다. 박람회나 전시회에 이윤 목적이 아닌, 오직 소비자의 반응과 시장성을 알아보기 위하여 각 업체의 디자이너들이 독특한 디자인 제품을 선보이고, 고객에게 테스트를 받는다. 여기서 이중 효과를 얻을 수가 있는데, 기업은 다른 기업과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홍보할 수 있고, 소비자의 발 빠른 욕구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

둘째, 새로운 소재의 다양성과 접근성이 필요하다.
이것은 이미 국내가구 업계에 종사하는 분들은 다 알고 있다. ‘그런데 왜?’ 필자는 의문을 갖지만, 그 답은 간단하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새로운 제품을 출시할 때, 소비자의 반응과 시장성이 두려운 것이다.
모델하우스를 방문하다 보면 국내 가구업체에서 보기 드문 소재로 가구에 적용된 사례가 종종 있다. 매우 신선한 느낌을 받는다. 독특하다. 이것은 국내 가구시장의 또 다른 트렌드가 되기도 한다.
기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윤추구다. 그래서 한정된 소재를 이용하여 저가의 가격을 내세워 경쟁한다. 하지만 이는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는 것이다. 다양한 소재가 얼마나 많은데... 이것들을 결합하여 독특한 디자인 효과를 얻을 수 있는데도 말이다.

셋째, 형태의 독특함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과감한 디자인이 필요하다.
소비자들은 기존 가구 디자인에 관하여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 단순히 대량생산된 가구이며, 누구나 만들 수 있고, 누구나 소유할 수 있는 그런 볼 품 없는 가구라 생각한다. 화장대를 예를 들자면, 몸체가 지면에 닿는게 아니라 벽을 이용하여 적은 공간이라도 효율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벽걸이용 화장대라든가....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가구들, 개개인의 생각과 개성을 중시하는 현 구매자층을 만족시킬 수 있는 디자인이어야 한다.

넷째, 칙칙하다, 어둡다, 우울하다, 이러한 느낌이 좋은가?
아마 좋다고 하는 사람은 얼마 없지 않을까 본다. 요즘 국내 가구시장을 보면 어두운 월넛 컬러가 주가 된다. 획일적인 컬러에서 탈피하고, 화려한 패턴과 컬러를 다양하게 표현 될 수 있는 가구라면 어떨까? 물론 모두 추구하는 성향은 서로 다르지만... 디자인과 패션의 흐름 또한 달라지듯이 컬러 또한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컬러의 변화를 예측하자. 유행은 지난 과거를 답습해 가는 과정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다섯째, 요즘 자동차 이름들은 80년대 차 이름들로 재탄생 되어 익숙한 이름으로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어 매출 신장까지 바라보고 있다.
불황 때문일까? 옛 기억을 떠 올릴수 있는 디자인이나 추억을 생각나게 하는 제품이라면 잠재력 있고 구매력을 지닌 40대 중반의 소비자 지갑을 열게 만들지 않을까? 이번 전시회에서 ‘시루’ 라는 ‘티 테이블’이 있었다. 시루라면 떡을 짓는 옛 식기류라고 기억되지만, 자세한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 그리고 우리세대는 그것을 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즉, 기억에서 지우고 시각으로만 인지할 뿐이다. 그래서 그냥 지나치곤 한다. 그러나 40대 중반 세대는 ‘시루’ 라는 티 테이블을 소개 했을 때, 머뭇거리더니 무언가를 생각하곤 한다... 그렇다면 옛 향수를 불러 일으킬만한 소재를 찾아 가구에 적용한다면, 40대 중후반 구매층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여섯째, 생활 곳곳에 나타나는 웰빙 트렌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해 본다.
소득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건전하고 건강한 삶을 위한 소비 방안을 모색하는 경향은 우리보다 앞서 선진국에서 관찰되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내 몸에 좋은 것과 해로운 것을 알게 된 다음에야 내게 좋은 제품을 선호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웰빙 또한 유행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앞으로 발전 가능성 있는 새로운 아이템이라고 본다. 환경오염의 심화, 고령화 사회의 진입 등의 여건들은 시간이 갈수록 실질적인 소비 니즈로서 웰빙에 힘을 실어줄 것임에 틀림없다.
보기만 해도 불안한 감정은 없어지고 심리적 안정이 되는 가구라든지, 좋은 자재를 사용하여 이로운 향기를 내뿜는 가구나 공기청정 기능이 있는 학생용 가구와 인체 공학적인 가구(주방, 사무용, 가정용 가구)등등의 아이템을 개발 한다면, 구매자 층에게 좋은 효과를 기대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디자인이 이쁘다, 멋지다’하는 말은 시각으로 전달된다. 이미 소비자들은 제품을 가장 먼저 시각으로 인식하고 만다. 우리의 인체는 오감이라는 감각이 있다. 앞에서 말했던 시각, 후각, 미각, 청각, 촉각이 그것이다. 향기가 있는 가구면 어떨까? 방향제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곳은 욕실이다. 예전에 청각을 사용하여 자동차에 적용된 사례가 있었다. 시동걸 때, 와이퍼를 작동할 때, 차문을 열거나 닫을 때마다 각각 다른 소리가 난다.
이런 아이템을 아동가구에 적용한다면, 도어와 서랍을 열고 닫을 때, 재미있는 가구가 탄생 할지도 모른다. 새로운 형태의 느낌을 주는 가구가 있다면, 직접 만지고 싶은 충동이 느껴진다. 이럴 경우 전혀 새로운 촉감이나 질감이라면 어떨까?

일곱째, 아트(Art)를 국내 가구와 접목하여 일반적이고 대중성이 있도록 한다.
아트는 과거 부유층의 산물이었지만 현재 일반 소비자에게 가구와 아트를 접목하여 생산한다면, 상대적으로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가 구입하지 않은 소비자에게 보다 더 생활의 삶이 높여지는 느낌을 받지 않을까?
개인의 취미와 관련하여 예를 들어보겠다. 3명의 학생 가운데, A는 인라인스포츠를 즐기고, B는 탁구를 즐기고, C는 골프를 즐긴다고 하자. 우리는 당연 C학생에게 관심을 가질 것이다. 왜냐하면, 아직 우리에겐 취미활동으로 익숙지 않은 골프를 한다고 했을 때 본인이 타인보다 우월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것을 가구시장의 새 아이템으로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그만큼 보편화 되지 않는 상품을 일반화에 성공시키면 그만큼 구매력이 증대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편집자주]필자는 대한상공회의소 인천인력개발원 가구디자인과 2학년 재학중이다. 2005년 제7회 스틸가구공모전에 입선했으며, 2006년 제21회 경향하우징페어에서 가상프로젝트 회사인 디온디자인 마케팅 홍보팀장을 맡았다. C/P : 011-9929-5520 / E-mail : kimantman@naver.com

출처 : 가구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