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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의 가구이야기/책과 도면 그리고 테크닉

자연주의 가구디자인

by 백주현[미르] 2007. 9. 7.
자연주의 가구디자인

자연주의는 자연대상을 양식화하거나 그 관념적 표현을 행하지 않고 보는 그대로를 충실하게 재현하려는 예술 제작 태도를 말한다. 자연주의는 이집트미술을 시작으로 그리스, 로마 미술을 거치는 동안 유럽 예술의 모범이며 고전주의 양식으로 정착되었고 회화, 조각, 건축분야의 고전주의는 르네상스를 거쳐 18, 19세기의 신고전주의로 이어지고 있다. 자연주의 형태의 가구는 고대이후 근대까지 대부분의 가구가 해당되며 구조와 관계없이 자연에서 모티브를 따온 장식을 수용한 가구, 전체적인 형태가 자연의 일부를 재현한 가구, 또 가구의 일부 장식으로 자연물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가구가 여기에 해당된다. 종교적인 이유와 그 시대 미학의 기준에 따라 자연의 재현은 시각적 예술처럼 가구에서도 자연주의 디자인의 표현수단이 되었고 주로 동물과 식물이 대상이 되었고 때로는 곤충, 인체, 건축물 까지 수용하고 있다.

고대 이집트, 그리스, 로마의 가구에는 동물의 일부를 조각한 장식을 볼 수 있다. 이 장식은 가구를 사용한 지배계급의 신분과 명예를 나타내는 것으로 힘이 강한 동물이나 신화적인 동물의 머리와 발굽을 주로 사용되었다. 이집트 '투탄카멘'왕의 고분에서 발굴된 의자에서 볼 수 있듯이 왕의 권력과 힘을 상징하는 사자 머리와 발굽을 의자다리에 조각했다. 역시 이집트 '헤테페레스'여왕의 의자는 사자 발굽과 연꽃이 다리와 팔걸이에 각각 장식되었고 금도금으로 마감되었다. 이집트 신왕조 시대의 접이식 스툴의 다리에는 기러기 머리만 장식되었으나 그리스에서 제작된 스툴에는 백조 머리와 함께 사자발굽이 연결된 디자인을 하고 있다. 이집트와 그리스 양식을 전승한 로마에서도 독수리와 사자머리, 식물 문양을 조각한 의자와 식탁이 있었다. 르네상스 이후의 가구, 특히 탁자 다리와 의자의 팔걸이에는 사람의 머리나 전신이 조각되었는데 가구에서 인체를 이용한 장식은 일부 아르누보 가구와 팝스타일 가구에서도 볼 수 있다.


사진9; Getsuen, M. 우메다 1990년/ 사진10; 라운드백 체어, A. 맥머드 1882

가구 장식의 주제는 역사적인 기록, 동식물의 묘사와 함께 건축의 특징적인 모티브를 장식으로 수용하고 있다. 고대미술이 역사의 현장을 표현했듯이 고대가구의 장식은 왕의 위업을 그리거나 종교적 목적으로 표현했다. '투탄카멘'왕의 함에는 사냥 모습이나 전쟁에서 적을 제압하는 장면을 채색과 금분으로 장식했고 6세기경 교황 '막시미아누스'의 상아로 만든 주교좌에는 그리스도의 형상과 함께 포도나무와 공작새와 동물이 기하학적인 패턴으로 부조되어있다. 건축적 모티브의 수용은 고대로부터 지속된 장식 주제이다. 고딕시대의 주교좌 처럼 고딕 건축물의 특징인 첨탑, 아치, 박공 형태가 기하학적인 패턴으로 재구성되어 가구에 장식되었고 영국 퀸앤 시대 이후 캐비넷의 코니스에는 아치와 변형된 모양의 건축적 모티브를 채용하였다. 캐비넷 가구에서 차용된 건축적인 모티브는 아치형, 쌍형, 궁형 등 3가지 형태로 1730년 이후부터 보편화되었다.

가구에서 자연주의적인 취향은 로코코 시대를 전후해서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인체와 여러 가지 형태의 식물로 복잡하고 정교하게 조각한 가구장식<사진11>은 로코코 후기부터 장식이 줄어들었고 인체와 직접적인 접촉이 많은 의자와 탁자의 모서리가 부드러운 곡선으로 처리하였다. '로코코' 후기인 영국 '조지언' 시대의 '퀸앤' 의자의 등받이는 백조 목선처럼 우아하게 처리하였고 '치펜데일' 의자는 캐브리올 다리(cabriole leg)와 리본모양의 등받이로, '헤플화이트' 의자는 직선 혹은 곡선 처리된 다리와 방패 모양의 등받이로 더욱 간결하고 우아하게 디자인하였다. 영국의 '조지언' 시대의 가구는 전형적인 클라식 가구로 분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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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1; 바로크 테이블, 17세기

빅토리아시대의 영국은 산업혁명의 성공으로 정치적으로 안정되고 경제적으로 매우 풍요했으나 시대를 대변할 수 있는 독창적인 양식은 없었다. 많은 식민지로부터 다양한 양식을 받아들였고 과거의 잡다한 스타일을 모두 수용하였다. 빅토리아 시대의 가장 영향력이 있는 양식은 라파엘로 전파의 활동과 미술 공예운동이었다. 라파엘로 전파의 강력한 후원으로 시작된 미술 공예운동의 산물은 자연의 사실적인 표현과 장식을 중시하여 바로크와 로코코를 능가하는 자연적이고 사실적인 장식성을 보여주었다. 도덕관념이 없는 기계로 예술을 생산해 낼 수 없다는 '러스킨'의 생각은 가까운 미래를 예견하지 못했으나 영국의 미술 공예운동은 프랑스 아르누보, 비엔나의 분리파 운동과 독일 바우하우스 같은 유럽대륙의 혁신적인 디자인 운동의 밑거름이 되었다.

프랑스 아르누보 가구는 대부분 우아한 유기적인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장식적 모티브는 벨기에와 비엔나 보다 자연주의 취향이 강하다. 영국 미술과 공예운동 후기, '맥머드'의 의자<사진10>의 등받이는 자신의 석판화의 배경인 구불구불한 식물줄기를 그대로 옮겨 놓았는데 이런 자연적인 취향은 프랑스 아르누보 양식의 가구에서는 쉽게 볼 수 있다. 전형적인 프랑스 아르누보 가구 스타일인 '가우디'의 장식장은 구불거리는 식물줄기에 의지한 몸통의 상부에는 꽃을 조각했고 유리문에는 공작새를 대칭으로 새겨 넣었다. 아르누보 대표적인 작가인 '에밀 갈레'의 침대와 '루이스 마졸리'의 장식장 역시 곡선적인 구조에 오리, 토끼, 나비, 새 등 동물문양을 상감 했다. 프랑스 아르누보 가구<사진12>는 유기적인 가구로 분류하기에는 동식물이나 인체같은 자연물을 사실적으로 재현한 장식이 많아 자연주의적 가구로 분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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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2; Art Nouveau chair, 드.폴 1900

반 모더니즘 디자인과 포스트 모던 디자인의 한 경향으로 자연의 사실적인 모티브로 장식된 가구디자인이 나타나는데 이런 디자인은 신사실주의 범주의 팝 디자인과 다르다. 팝 디자인에 수용된 사실적인 이미지는 대중적이거나 장난스럽고 재미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있으나 자연주의적인 가구디자인은 사실적인 자연의 일부를 그대로 옮긴다. '마사노리 우메다'의 장미의자<사진9>와 '주디 캔슬리 맥키'가 디자인한 원숭이의자<사진2>는 예상치 못한 묘사에 포커스를 주어 기능보다 이미지를 강조한 것이다. '시로 구라마타'의 미스 블랑케 의자<사진8>는 종이꽃을 넣은 투명 아크릴 판으로 만들어 화첩을 보는 듯한데 자연주의 경향의 가구디자인은 가구의 기능이나 공간 구성의 한 요소로 접근하기보다는 자연의 모티브를 의도적인 메시지를 담은 오브제 차원으로 확대하고 있다. 고전적 가구와 같이 자연의 사실적인 묘사는 모더니즘 사고에서 벗어나려는 의도적인 절충으로 이해해야한다.

사진14; 성 비타(Vita)성당 입구장식, Praha 10C


사진1; 루이15세의자, 1720


사진2; 원숭이의자, J.K.맥키 1994


사진3; 거북탁자,J.K.맥키 1992


사진4; 신고전주의 캐비넷, 1809


사진5; 표범장,J.K.맥키 1989


사진6; 소반(虎足盤), 작자미상 1850년경


사진7; 자개빗접, 작자미상 1700년경


사진8; 미스 블랑케 의자, 시로 구라마타 1989년


사진13; 터어키장식가구, 18c경


사진15; 현관장식, Wien 18c경


출처 : http://www.kimk2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