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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의 가구이야기/책과 도면 그리고 테크닉

유기적인 가구디자인

by 백주현[미르] 2007. 9. 7.
유기적인 가구디자인

기하학적 모더니즘 디자인의 형태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1930년경 유기적 형태의 디자인이 제시되었는데 유기적 디자인은 흐느적거리거나 흘러내리는 듯한 자유 곡선을 전체 또는 부분에 적용한 디자인이다. 유기적 디자인의 모티브는 당시 미술계의 큰 주류였던 추상표현주의 미술과 스칸디나비아 지방의 자연환경이었다. 1920년대부터 1940년까지 계속된 초현실주의 미술에는 흘러내리는 형태와 소용돌이치는 듯 하는 이미지가 등장하는데 이런 유기적 형태는 1930년대 초 강철을 구부리는 기술이 해결됨에 따라 디자인 전 분야로 확대되어 나갔다.

추상표현주의 미술은 1940년대와 1950년대에 미국화단을 지배했던 미국회화 사상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회화의 한 양식이다. 이 양식의 명칭은 '칸딘스키'의 초기 작품에 대해서 미국의 평론가 알프레드 바가 1929년 '칸딘스키' 작품이 미국 순회전시 때 사용했다. 추상표현주의는 서구 근대미술의 복합적인 요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야수파, 표현주의, 다다이즘, 미래주의, 초현실주의로 이어지는 한 계보와 인상주의, 입체파, 기하학적 추상의 계보를 모두 받아들이고 있다. 초현실주의 는 추상표현주의 미술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미술양식으로 1차 세계대전이 종결된 이듬해인 1919년부터 2차 세계대전의 발발 직후까지 약 20년간 프랑스를 중심으로 일어났던 전위적인 문학, 예술 운동이다. 특히 미술에서는 근본적으로 경험의 세계를 넘어서려고 애썼으며 현실을 본능적으로 잠재적인 꿈의 경험과 융합시켜서 논리적이며 실재하는 현실, 그 자체를 바라보는 시각을 확장하여 표현하려 했다.


사진6; Egg chair, A.야콥센 1957/ 사진9; Side Chair No.12, M. 토네트 1855

초현실주의 시인들은 자동기술적인 글을 썼고 '에른스트', '아르프', '마송', '미로'와 같은 화가들은 프로타주와 꿈의 현실적 재생산 사이를 넘나드는 기법을 통해 시각적인 등가물을 창출하려고했다. '호앙 미로'의 '달팽이, 여자, 꽃, 별 <사진4>은 변형된 단어와 문장이 하나의 조형요소로 바뀌어서 유기적인 이미지들과 조화를 이루어 자동기술법에 의한 환상과 무의식 세계를 표현해주고 있다. 자동기술법은 20세기 문학과 미술에 영향을 미쳤던 개념으로 습관적인 기법, 고정관념, 이성의 영향력을 뛰어넘어 손이 움직이는 대로 그리거나 잠든 것 같은 몽롱한 상태에서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에른스트'에 의한 포르따쥬, 데칼코마니, 오브제 등도 자동기술법의 일부이다.

초현실주의와 추상표현주의에서 자주 표현되는 흐느적거리는 물체 즉, '장 아르프'의 조각 '타원형 볼 위의 인간 구현체'<사진3>와 같은 유기적인 형태는 도자기, 유리제품, 가구를 비롯하여 자동차 등 모든 일상용품의 디자인까지 유행하기 시작했다. 도예가 '비트 쿨룸'은 조각가 '바바라 헵허스'의 조각작품과 같은 형태로 도자기를 제작했고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구겐하임' 미술관<사진11>에서 그리고 '르 꼬르뷔제'는 '롱샹교회'<사진9>에서 기하학적인 모던 스타일로부터 탈피한 유기적인 모던 스타일로 변화를 보였다. 영국의 '재규어', 프랑스의 '시트로엥', 이탈리아의 '피아트' 자동차는 공업디자인에서 유기적인 디자인을 수용한 모범이 되었고 가구 분야에서는 스칸디나비아의 '알바 알토', '한스 웨그너, 미국의 '찰스 임스''이에로 사리넨'의 의자와 '허만 밀러' 가구들이 유기적인 형태로 디자인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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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2; Chaise longue, 보렉 시펙, 1988

자연주의 가구디자인에서 유기적 디자인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아르누보가구이다. 1885년부터 1910년경까지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행했던 아르누보 가구디자인은 백조, 꽃 식물줄기, 여체를 모티브로 한 풍부한 장식과 우아한 곡선을 가구에 적용했다. 아르누보 디자인은 가구의 기능에 대한 관심보다 어떻게 자연의 모티브를 가구 구조로 대체하는가에 더 고심했다. 의자 다리나 테이블의 다리를 식물줄기와 곤충의 허리로 교체하고 선반의 버팀목을 꽃잎과 백조의 목을 사용했다. 아르누보의 영향을 받은 초기 비엔나 공방의 가구디자인은 자연주의 취향을 보여주었으나 '구스타프 클림튼'의 회화처럼 단순한 곡선으로 바뀌고 곧 기하학적인 디자인으로 방향을 잡았다. 1930년대 스칸디나비안 디자이너들은 다시 유기적인 형태의 매력을 일깨워주었다.

1930년대부터 스칸디니비아 디자이너들은 수만 킬로 미터에 이어진 북유럽 특유의 피요로드식 해안 형태를 디자인으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한다. 피요로드식 지형은 풍부한 산림자원과 함께 부드럽고 우아한 곡선을 이루는 긴 해안과 수많은 호수가 있다. 이들 선조인 바이킹의 무기제작과 조선(造船)기술에서 얻은 곡목(曲木)성형 기법으로 유기적인 형태의 가구를 제작했다. 핀란드의 건축가이며 디자이너인 '알바 알토'는 1933년 자작나무를 곡목 성형하여 만든 의자 'Model 41'<사진1> 은 부드럽고 우아한 유기적 가구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미국의 1930년대 공업디자인은 '노먼 벨 게데스'의 유선형 이론에 의해 자동차, 기관차 등 교통수단에서부터 냉장고, 타자기<사진5>, 라디오 등 일상의 모든 생활용품까지 유선형 디자인을 수용하였다. 이들은 유선형이 주는 스피드 감보다는 심리적인 특성 즉, 시각적인 우아함을 선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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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3; Three, 제스퍼 모리슨, 1992

유기적 모더니즘 디자인은 아르누보 시대 이후 유기적 형태의 우아함과 생산 현장에서 요구되는 갈등을 조화시키는데 성공했다. 유기적인 디자인의 특징은 정확한 마감처리, 장식이 배제된 재료의 직접적인 표현 즉, 광택이 나는 표면 채용, 추상적인 덩어리와의 균형, 비대칭, 과거 양식에 대한 향수와 기하학적인 모더니즘 이론으로부터의 자유로움이다. 유기적 모더니즘 디자인은 1960년대 반 모더니즘 디자인에 밀려났으나 1998년 쾰른 사무가구 박람회 에 다시 등장해서 눈길을 끌었다.

수납과 탁자류를 유기적으로 디자인하는 것은 제작이 쉽지않고 기능도 불합리하지만 인체와 접촉이 많은 의자, 안락의자 등을 유기적으로 디자인하는 것은 시각적인 효과와 기능적으로도 바람직하다. '플랫'과 '영'의 수납장 '블리스터'는 옆면이 곡선으로 처리되어 수납과 제작이 비합리하지만 '프랑크 게리' 의 '파워플레이 의자'<사진6>와 '에르베르트'와 '유타볼'이 디자인한 의자 '프로그람810 누볼라' 그리고 'M. 카난지'의 소파 '타틀린'<사진7>과 '톰 딕슨'의 '에스(S) 의자'<사진8>는 유기적인 디자인으로 우아하고 안락하게 보인다. 그러나 1960년대 반 모더니즘의 연장선상에서 볼 때 유기적 디자인의 수납장과 의자들 기능성보다는 공간의 장식성을 우위에 둔 디자인으로 수용해야 할 것이다.


사진16; 소파 Orgy, 카림 라쉬드 2003

사진17; DG Bank-Berlin, F.게리 2000


사진1; Paimio chair,A.알토 1932


사진2; Powerplay chair,F.게리 1992


사진3; 타원형볼 위의 인간구현체, J. 아르프 1935


사진4; 달팽이, 여자, 꽃, 별, J.미로 1934


사진5; 타자기,M.니졸리 1948


사진7; 소파'타틀린',M.카난지 1989


사진8; S chair, 톰. 딕슨 1988


사진10; 스페인 카사밀라 주택, A. 가우디 1910


사진11; 프랑스 롱샹교회, 르 꼬르뷔제 1955


사진14; Tomvac, 론 아라드 2000


사진15; Fre, 론 아라드 2000


출처 : http://www.kimk2s.net